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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먼 훗날 묘비명

by 철제백조 2022. 6. 7.

먼 훗날 묘비명

 

나는 이곳에 누워 바다의 소리를 듣습니다

육신에 붙어있던 험상궂은 미움들은 돌담 아래 숨어버리고

홍조 띤 사랑이 들어찹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당신이 남긴 쪽지를 펼쳐봅니다

색은 다양합니다

어느 하나 같지 않지만

모든 색이 사랑스럽습니다

 

석양이 질때면 당신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춤을 춥니다

기쁨이 악보에 채워지고

노여움이 잠시간의 정적을 가져다 줄지라도

그 모두 선율이라는 단어에 담겨 정겹게 곡을 이룹니다

 

당신이 나를 추억할 때, 나도 당신을 추억하며

나는 오늘도 이곳에 누워 바다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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