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말릴 사람도 없으니
오랜만에 술을 진탕 마셨다
뭐하나 할 줄 모른다는
무기력이 자랑인 양
마시고 또 마셔대었다
세평짜리 단칸방이 빙빙 돌았다
분명 나는 죽은듯 가만히 누웠는데
세상은 자꾸만 주변을 내달렸다
그리고 그조차도 나를 괴롭혔다.
결국 나 사는 행성의 자전마저
저 혼자 달리는 것이었음을 알았기에
무엇 하나 없는 오늘밤에도
누구도 알지 못하는 찰나의 불티조차도,
홀로 불꺼진 우주를
그토록 힘차게 내달리고 있었음을 알아버렸기에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은
별볼일 없을만큼 가벼웠고,
그보다 더 조그마한 나는
책임이란 단어조차 두려웠었다
좁디 좁은 서울의 단칸방
겨우 한 조각의 정적을 맛본 나의 젊음은
기어이 어린 티를 한껏 뒤집어 쓰고
아이처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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